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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cracy

시애틀 최저임금 인상 연구(Jardim et al 2017)에 관한 올바른 이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인상하고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가시화함으로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최저임금이 가진 경제적인 효과, 심지어 사회적 합의와 정의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거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포함한 상위득표 다섯 명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최장 2022년까지 1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어차피 추진될 정책이었음은 차치하더라도, 국가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책에 관해 다각도의 분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경제 주체들 간의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쟁시장에서 균형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하였을 때 노동의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고용량이 감소하고, 비자발적인 실업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원리이지요. 이에 더하여 최저임금을 반대하는 측에서 최근 주요한 논거로 인용하는 논문은 2017년 워싱턴 대학교 연구진 (University of Washington)이 발표한 최저임금에 관한 연구(1)입니다. 이 논문은 최근 2년동안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시애틀 시를 대상으로 하여,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히려 줄어들고 노동시간이 감소했다는 연구입니다. 따라서 이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는 실증 연구 결과라며 각종 매체를 통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의 논의를 떠나서, 저는 단순히 해당 논문 해석의 타당성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논문의 구체적인 연구방법이나 연구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이 연구에서의 결과가 부정적인 것으로 도출되었으므로 한국에서도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라는 단순한 도식은 해당 논문을 올바로 해석한 것이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논문의 결과만을 보도하는 측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이 논문이 있기 전 대다수의 경제학 논문들은 사회 중위 수준 임금의 절반을 하회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감축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negligible)는 실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이 주목받는 것 자체가 선행연구의 주장과 상이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진 David Card와 Alan Krueger연구(2)는 최저임금 인상을 한 뉴저지 주와 그렇지 않은 펜실베니아 주의 비교연구를 통해 오히려 뉴저지 주의 식당들이 최저임금 인상 이후 더 많은 직원 고용을 이루어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둘째, 연구대상이 된 시애틀은 전미에서 최저임금이 이미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심지어 더 높은 인상을 한 경우이기 때문에, 본래의 최저임금(initial level)이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는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효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도 1차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미미했던 반면,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2차 인상의 효과가 더 부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이며, 임금격차가 제일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셋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 수의 감소는, 공급초과로 인한 인원감축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저임금 지급 기업이 급여 구조를 변경, 인상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임금 노동자가 더이상 저임금 노동자가 아닐 경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이지요. 또한 다행인 것은, 논문에서 부정적 효과는 ‘저임금 산업, 혹은 기업’ 전체의 노동자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도 가장 ‘저숙련 노동자’에 한해서만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최저임금의 초기 수준의 두 배 가량인 $19 이상을 받는 노동자의 수는 오히려13%가 증가하였습니다. 저임금노동자들이 숙련노동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는 여전히 전체 노동시장을 고려했을 때 미미한 것일 수 있습니다.


넷째, 연구대상이 된 시애틀은 시에 한정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실시되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경 밖으로 공장을 이동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저임금 노동에 대한 대체 가능한 인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큰 부정적 효과 없이 최저임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경제이론에서는 국가와 같은 넓은 차원보다 시애틀과 같은 작은 경제 규모에서 노동-수요 탄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집니다.


다섯째, 해당 연구의 연구방법론이 비판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시애틀은 최근 몇 년 간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실업률도 약 3%로 완전 고용에 가깝습니다. 통상적으로 호황 중에 저임금 노동자들은 숙련 노동자 계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것이 연구설계에서 통제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같은 시기 이루어진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와 혼동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애틀이라는 한 도시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것, 통제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에 동일한 지역과 정책을 대상으로 한 연구 (Allegretto & Reich 2017)(3) 에서는 해당 연구와 정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여전히 최저임금의 단기효과만 관찰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고용에 더 큰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4)도 있고, 저임금 노동력이 자동화 기계나 숙련 노동자 등을 통한 노동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논문에서 발견한 것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손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다만,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보고한 논문을 인용하기에 앞서, 논문의 기본적 내용과 취약점, 한국 실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한계 등은 제대로 파악한 뒤 다루어야 하겠습니다.


짧은 제 소견으로는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롤스 (Rawls)의 사회 정의론 측면에서 사회의 최소 수혜자들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이 설정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이에 수반되는 불편은 사회 전체가 감내해야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Reference.


(1) Jardim, Ekaterina, Mark C. Long, Robert Plotnick, Emma van Inwegen, Jacob Vigdor, and Hilary Wething. 2017. Minimum Wage Increases, Wages, and Low-Wage Employment: Evidence from Seattle (No. w23532).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2) Card, David, and Alan B. Krueger. 1993.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 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No. w4509.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84(4): pp. 772-793.


(3) Allegretto, Sylvia A, and Michael Reich. 2017. Seattle’s Minimum Wage Experience 2015-16. Center on Wage and Employment Dynamics (CWED). Institute for Research on Labor and Employment.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4) Meer, Jonathan, and Jeremy West. 2015. Effects of the minimum wage on employment dynamics. Journal of Human Resources. 51(2): pp. 500-522.